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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제4차 산업혁명과 기본소득

최고관리자 0 409 08.24 13:46

특집3_조건 없이, 모두에게, 기본소득

 

제4차 산업혁명과 기본소득

 

 

글. 강남훈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대표

 

 

수많은 일자리 소멸시킬 4차 산업혁명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시작된 제3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로봇, 사물 인터넷, 빅 데이터 등이 중심이 된 제4차 산업혁명으로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인간의 육체적 노동뿐만 아니라 정신적 노동도 대체할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의 보고서는 현존하는 직업의 47%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호주의 청년 일자리 보고서는 현재 청년들이 진출하는 직업의 70%가 자동화에 의해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에 의해 사라지는 직업이 있지만 이로 인해 생기는 직업도 있을 것이므로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고 전망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올해 초 나온 다보스포럼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 15개 국에서 2020년까지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10만 개의 일자리가 생겨나 전체적으로 일자리 500만 개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2~3년 뒤 자율자동차가 상용화되면 미국에서만 트럭운전사 35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 인공지능은 먹을 필요도 잘 필요도 없으므로, 운전사들이 쉬어가던 패스트푸드 업소도 타격을 받을 것이다. 주유소, 세차장, 오일 교환업소, 타이어 교환업소, 면허 시험장, 검사장, 주차장 등 180여 종류의 일자리가 소멸됨에 따라 사람들의 일자리가 위협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교통경찰관마저도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자율자동차 하나만으로도 실업률이 10%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결국 두 종류의 일자리를 남길 것이다. 한편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을 설계와 관련된 분야 및 인공지능이 아직 침투하지 않은 분야의 일자리이다. 이것은 좋은 일자리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싼 임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의 일자리이다. 이것은 당연히 나쁜 일자리이다.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점점 싸지는 로봇의 가격과 경쟁해야 한다. 


최근 맥도날드 전 CEO는 최저임금을 15불로 올리자는 요구에 대해 그렇게 되면 사람 대신 로봇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맥도날드 전 세계 매장에서 햄버거를 만드는 사람의 인건비는 한 해 9조 원 정도이다. 그런데 이 자리를 이미 개발된 햄버거 제조 로봇으로 바꾸면 35조 원 정도가 든다. 4년이면 로봇에 대한 투자비를 완전히 회수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아디다스는 아시아 노동자의 임금보다 독일의 로봇이 더 싸지자 생산기지를 독일로 옮겼다. 테슬라의 전기 자동차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에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테슬라 공장에서는 로봇이 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제3차 산업혁명은 선진국의 일자리를 줄이는 대신 중국과 인도의 일자리를 늘렸지만, 제4차 산업혁명은 중국과 인도의 일자리마저 없애고 있다. 

 

참여사회 2016년 8월호(통권 237호)

더욱 심화될 일자리 불안정성
눈앞에 닥친 문제는 제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를 없애는 것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제3차 산업혁명만으로도 일자리 불안정성은 엄청나게 높아졌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하청 관계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되었다. 구의역과 남양주의 희생자들을 생각해 보면, 안전문과 건설 현장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양극화로 신음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전체 노동자의 1/4이 인터넷이나 핸드폰에 의해 고용된다. “베벌리 힐즈에서 차이나 극장까지 가려는 손님이 있습니다. 일하고 싶으면 Y 버튼을 누르세요.” 버튼을 남보다 빠르게 누르면 1시간 동안의 일자리가 생긴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12년 3월 기준으로 5,000만 명의 인구 중에 2,800만 명이 경제활동인구이다. 2,500만 명 중 정규직이 950만 명, 안정된 자영업자가 150만 명이다. 나머지는 실업자(300만 명), 영세자영업자(550만 명)와 비정규직(850만 명)으로, 불안정 근로자가 1,700만 명이나 된다. 경제활동인구의 60%가 불안정 근로자인 것이다. 앞으로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서 좋은 일자리의 1/4이 사라지고, 또 1/4이 불안정 일자리로 대체된다고 가정하면 불안정 근로자는 경제활동인구의 80%가 되는 것이다.

 

생존을 보장하고 경제를 지속시키는 기본소득
인구의 대다수가 불안정 근로자인 상태에서 기본소득이 지급되는 것은 필연이다.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소용돌이 속에서 사람들이 살아갈 길을 찾는 기회를 마련하고, 극심한 양극화로 사회가 붕괴되는 것을 막아줄 것이다. 


기본소득은 자유, 평등, 연대라는 복지국가의 이념을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달라진 경제 상황을 반영한다. 기존의 복지국가에서처럼 실업자에게만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정책은 불공평하다. 실업자보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더 어려운 처지에 처할 수도 있다. 실업자만 도와주면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의 소득이 실업자보다 낮아질 수도 있다. 그런데 실업자와 비정규직을 도와주면 영세자영업자도 도와주어야 한다. 비정규직 일자리도 얻지 못해서 가게를 연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은 소득이 플러스이지만 상당수의 영세자영업자들은 소득이 마이너스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결국 인구의 대부분을 다 도와주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모두를 돕는 것이 행정비용이라도 절약하는 방법이다.


제4차 산업혁명 하에서 기본소득은 사람들의 생존을 돕는 것 이외에 또 다른 기능이 있다. 로봇이 만든 물건을 누가 살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 실업자, 비정규직, 자영업자들의 낮은 소득으로는 로봇이 만든 물건에 대한 수요가 부족하게 된다. 경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수요가 보충되어야 한다. 기본소득은 수요를 증대시켜 경제를 지속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인공지능 경제는 다음과 같이 바뀌어야 지속가능하게 된다. 물질 생산은 대부분 로봇이 한다. 사람들은 기본소득을 받으면서 노동시간을 줄인다. 기본소득으로 로봇이 만든 물질을 소비한다. 사람들은 늘어난 여유 시간 동안 문화 소비를 늘린다. 물질 생산 부문에서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들은 문화 생산 부문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다. 

 

우리는 기본소득에 대한 권리가 있다
인공지능 경제에서는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것만으로도 기본소득을 정당화 할 수 있다. 그런데 기본소득은 우리 모두의 권리라고도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아버지이면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허버트 사이먼은 일찍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소득의 90%는 다른 사람들의 지식을 활용한 것이다. 따라서 90%의 소득세율이 적절하다. 그러나 기업가에게 약간의 인센티브를 주기 위하여 70%의 세율로 일률적으로 과세하고 그 수입을 기본소득으로 나누어 갖자.” 


오늘날 인공지능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보면 허버트 사이먼의 주장이 옳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IBM의 딥 블루는 사람들이 만든 위키피디아를 통째로 입력함으로써 제퍼디 퀴즈에서 인간을 이겼다. 알파고는 사람들이 둔 수천만 개의 기보들을 학습하여 이세돌을 이겼다. 구글은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과정을 기록해서 가장 똑똑한 검색엔진을 만들었다. 구글의 자동번역은 수많은 사람들이 번역한 문서들을 축적함으로써 가능해졌다. 과거에 바둑을 둔 수많은 사람들, 과거에 책을 쓰고 번역한 수많은 사람들, 현재 인터넷을 검색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인공지능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인공지능의 과실에 대한 1/n의 권리가 있다. 

 

제4차 산업혁명 하에서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의 권리이고, 사람들의 생존과 안정을 보장하여 사회 붕괴를 막는 수단이고,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핵심적인 제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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